[엄마일기] 미국 적응 중

 1. 미국 집 적응에 가장 어려웠던 건 바닥이 카펫이라는 것이다. 현관, 부엌만 마루바닥이고 전체가 모두 카펫이다. 그것도 아이보리 색 카펫. 한국 조상님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온돌 및 장판 문화가 훨씬 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뭘 쏟거나 흘려도 닦으면 그만이니. 거기다 카펫은 먼지가 아주 심하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청소기를 돌리지 않으면 코가 간질하다.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층간소음이 훨씬 덜하다는 것. 웬만한 것 떨어지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는 잘 묻힌다.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니, 카펫이 생각보다는 견고(?) 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세게 문질러 닦아도 헤지거나 뜯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들이, 아가들이 무언가를 흘렸고, 어느정도는 스며들어 있지 않을까... 


1. 미국의 냄새가 있다. 렌트카 1대, 중고차를 2대를 구입하면서 매번 비슷한 미국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머리가 띵하고 멀미가 날 것 같다.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도 '미국'의 냄새가 났다. 세제나 비누도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한동안 적응이 어려웠는데..... 적응이 되고 있다. 후각이라는 감각은 많은 정서를 함께 가지고 오는 감각이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서라도, 코스트코를 가거나, 어떤 이유로든 '미국의 냄새'를 맡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의 장면이 확 다가오지 않을까. 많은 감정과 함께.


1. 미국은 행정,서류작업을 좋아하고, 그러면서도 매우 느리다. 당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당연하게 전화 holding 음악을 듣고 있어야 되고, 그러다 끊기면 또 다시 처음부터. 연수 대학의 신분증을 신청하는 데만 2주 이상 걸리고 있다. 언제 디렉터교수님이 준비해 놨다는 내 책상에 앉아볼수 있을까. 


1. 생각보다, 의사소통의 벽이 높다. 내 전문분야가 아닌, 일상 대화에서 원어민들이 주고받는 영어는 너무 빠르고 어렵다. 


1, 언어의 어려움 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도 많이 어렵다. 한국에서는 위축되거나 수줍은, 어쩌면 어느정도 겸손해보이는 행동들이 어떨 때는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미국은 그런 행동을 결코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겉으로 보여지지 않는 이면의 신중함을 봐주지 않는다. 그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당당해야 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내 성격의 정 반대의 모습이 요구되는 여기에서, 나는 한 번 변신을 해야될 것 같다. 생존을 위한 변신.


1.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온 동양인 여자를 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전형적인 푼수끼있는 노란머리 녹색 눈의 아줌마는 살짝 과장된 인사를 건네고, 비슷한 외모이지만 젊은 아가씨들은 다소 냉랭한 표정으로 눈이 마주치면 마지못해 hi 정도 한다. 아저씨들은 백인이든 히스패닉 등이든 밝게 인사하는 편이다. 동양인으로 확신할 수 사람들은,,, 어색하다. 별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1. 코로나 이후 동양인을 공격했다는 기사나 뉴스가 종종 있어서, 조금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지내는 곳은 미국 중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 그래도 아직은 좀 경계하게 된다. 위축되고 눈치를 보다보니, 미국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하게 된다. 미국 사람의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작은 나라에서 온 -한국에서는 뭐 나름 잘 나갔다 하더라도- 동양인이 어떻게 보일까. 어떤 행동이 보기싫고, 어떤 행동이 그나마 호감이 갈까. 음... 또 이런 위축된 행동은 또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행동인데 -_-;;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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